떠먹여주는 양자 컴퓨터

오랜만입니다, 대학 면접 준비하면서 뭐라도 정리해보고자 양자 컴퓨터 기초에 대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수식은 저도 잘 모르니까 빼고 설명합니다.
 
글은 크게
양자 컴퓨터란 무엇인가?
간단한 양자물리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 원리와 EPR 역설 그리고 비국소성 등등..)
비트와 큐비트
양자 게이트
양자 컴퓨터에 관한 오해와 전망
정도로 구성됩니다.
 
양자 컴퓨터란?
고전 컴퓨터와는 다르게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가역적인) 연산을 진행하는 컴퓨터입니다. 0과 1의 고유 상태, 그리고 이들의 중첩상태까지 포함할 수 있는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중첩이란?
말 그대로 두가지, 혹은 그 이상의 고유상태가 겹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양자계에서 중첩 상태의 양자를 측정하면 붕괴합니다.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얼핏 보면 이상한 중첩 상태의 특성으로부터 탄생하게 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출처: Wikipedia

상자 안에는 고양이, 독성 가스가 든 용기, 망치, 방사성 원소, 방사선 검출기가 있습니다.
방사성 원소는 1시간마다 1/2 확률로 붕괴하며, 방사선 검출기가 원소가 붕괴할 때 방출하는 방사선을 감지하면 망치를 움직여 독성 가스가 든 용기를 깨고, 고양이는 죽게 됩니다.
슈뢰딩거는 상자를 닫은 상태에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으면, 상자 안의 고양이 또한 죽은 상태와 죽지 않은 상태가 공존한다고? 사람이 상자를 열고 관측하면 고양이 상태가 하나로 정해진다고? 이게 말이 되냐? 하면서 양자역학(굳이 말하면 코펜하겐 해석)의 허점을 꼬집으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슈뢰딩거의 해석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양자 물리에서 측정이라는 행위는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만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입자든 파동이든 뭐든 중첩된 상태들 중 하나의 상태로 행동하게 되었을 때..를 측정이라고 합니다. 눈으로 보았을 때 (=광자와 상호작용했을 때), 먼지와 부딪혔을 때, 가이거 계수기에 측정당했을 때 등등 이 모든 것이 측정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즉, 슈뢰딩거의 사고실험에서는 가이거 계수기가 이미 방사성 원소를 측정했기 때문에, 상자를 열고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도 고양이는 죽거나 살아있는 한 상태로 고정되어 있을 것입니다.
 
얽힘이란?
얽힘이란 두 개 이상의 양자가 서로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물리학 문제의 단골 희생양 철수와 영희를 불러내어 이해해봅시다. 철수가 오른손을 들면 영희는 왼손을 듭니다. 반대로, 철수가 왼손을 들면 영희는 오른손을 듭니다. 이러한 관계에 있을 때, 철수와 영희는 얽혀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얽힘의 재밌는 특성을 좀 말해보자면 비국소성과 불확정성 정도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외 두 명이 EPR 역설이라고 불린 논문을 낸 것도 이 얽힘의 이상한 특성을 들어서 양자물리의 불완전함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양자물리에 대해 잡담을 하기 전에, 하이젠베르크가 밝힌 불확정성의 원리를 알아봅시다. 이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미시세계의 양자들의 운동량과 위치를 정확히 동시에 측정할 수 없습니다. x축 스핀과 z축 스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시를 좀 들어봅시다. 모든 파동은 진폭이 다른 사인파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게 궁금하면 푸리에 변환을 알아보세요.) 불확정성의 원리를 소개하려고 하니, 일단 국소적인 파동을 상상해보세요. (아,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중첩상태입니다. 여기서는 편하게 파동으로 설명합니다.) 중심으로 갈수록 진폭이 커지고, 양쪽 가장자리로 갈수록 진폭이 작아져 0에 수렴하는 그런 파동 말입니다. 이 파동 또한 여러 진폭을 가진 사인파의 중첩 상태로 표현됩니다. 일단 이 국소적 파동을 측정합니다, 그러면 중첩상태가 붕괴되고 고유상태인 여러 사인파 중 하나의 진폭을 가진 사인파로 측정됩니다. 그럼 이 파동의 관측 파장이 정해졌습니다. 방금 파동의 운동량을 측정하신 겁니다. (파장과 운동량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 물리량입니다.) 나머지 상태가 모두 붕괴했고 하나의 사인파만이 남았습니다. 이 사인파는 우주 공간 어디에서든 진폭이 같습니다. 진폭은 또 관측될 확률을 의미하는데 (정확히는 진폭의 제곱입니다.), 이 진폭이 우주공간 어디에서든 동일하므로 모든 공간에서 측정될 확률은 동일합니다. 즉, 위치를 전혀 특정할 수 없어, 위치의 불확정성이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예시입니다. 어지럽긴 한데 몇 번 상상하다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암튼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아니꼽게 보고,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EPR 역설에서는 얽힌 두 입자를 가정합니다. 이 입자는 x축 스핀과 z축 스핀이라는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동시에 측정 불가능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의상 A입자와 B입자라고 이름을 붙여줍시다. 이 A입자와 B입자의 x축 스핀, z축 스핀은 각각 반대입니다. 두 입자는 1광년만큼 떨어져있고, 철수가 A의 x축 스핀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기 전에 영희가 B의 z축 스핀을 측정합니다. 철수와 영희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 불확정성 원리에도 불구하고 각 입자의 x축 스핀과 z축 스핀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실험으로 증명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위배되다니, 이런 불완전한 양자물리 같으니!
 
축하합니다! 방금 당신은 아인슈타인이 쓴 논문을 이해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내용이 양자물리에 반박하기 위해 나온 EPR 역설의 일부분입니다. 사실 이 EPR 역설에도 허점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양자 얽힘이 비국소적이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외 2명은 얽힌 두 입자 중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한다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함께 확정되는 것은 이해했으나, A입자가 측정되었다는 "정보"가 상대성이론에 따라 최대 광속의 속력을 가지고 상대 입자에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을 국소성이라고,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계나 물체 (여기서는 얽힌 두 입자)가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측정되었다는 정보"를 매개로 영향을 주고받는데, 이 정보의 최대 속력은 광속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얽힘은 비국소적인 현상입니다. 뭔뜻이냐면, 철수와 영희가 얽힌 입자 AB를 나눠갖고 3광년정도 떨어져 있을 때, 철수가 A의 스핀을 측정하면 그 즉시 3광년 떨어진 B의 스핀도 확정된다는 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부르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얽힌 입자들만 갖고 우주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전달할 수 있겠군요! 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얽혀 있는 중첩 상태의 입자는 측정 전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므로 그냥 랜덤 상태를 수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문자열 같은 원하는 정보를 담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순식간에 상태를 안다고 함은 초광속 통신이 가능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뭐... 얽힌 입자 세 쌍을 나눠갖고 측정한 후 업스핀 상태인 입자가 더 많은 사람이 이긴다..같은 시시한 게임 정도는 해볼 수 있겠죠? 말이 너무 산으로 오긴 했는데 얽힌다는 것은 하나의 입자를 관측한 즉시 얽힌 다른 입자의 상태도 정해진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비트와 큐비트?
고전 컴퓨터는 비트를 통해 정보를 표현합니다. 비트는 0(0V), 1(5V)의 두 상태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양자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큐비트는 0과 1, 그리고 이 중첩상태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핵심이 바로 이 큐비트의 중첩-얽힘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아, 큐비트로는 초전도체나 다이아몬드의 질소공극, 광자나 전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자 게이트?
큐비트의 상태를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블로흐 구면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Bloch Sphere

z축이 가장 의미있는 값인데, 구의 중심부터 맨 위로 향하는 화살표는 0,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는 1, z축에 수직인 화살표는 측정 시 0과 1이 나올 확률이 각각 1/2인 중첩 상태를 의미합니다. 요걸 이용해서는 0과 1의 어떠한 확률적 중첩 상태도 표현할 수 있으므로 큐비트 시각화의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양자 게이트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귀찮으므로 Pauli-X Gate, Hadamard Gate, CNOT (Controlled Not) Gate만 슥슥 알아보고 넘어갑시다.
 
Pauli-X Gate
고전 컴퓨터의 NOT 게이트와 비슷한 포지션의 파울리-X 게이트입니다. 블로흐 구면 상에서 이해해보자면, x축을 기준으로 화살표를 대칭시킨다고 보면 됩니다. 그 결과 0은 1이 되고 1은 0이 되며, 0과 1이 4:6 확률로 중첩된 큐비트는 파울리-X 게이트를 거쳐 0과 1이 6:4로 중첩된 큐비트가 됩니다. 파울리 게이트의 종류에는 XYZ 다 있지만 뭐.. 얘네는 각각 xyz 축을 기준으로 화살표를 대칭이동시킨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Hadamard Gate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듯한 아다마르 게이트입니다. 얘는 x축과 z축의 이등분선에 대해 화살표를 대칭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1의 확률로 0이 나오는 큐비트를 아마다르 게이트에 넣으면 0과 1이 나올 확률이 각각 1/2인 큐비트가 나오고, 뭐 그렇습니다.
 
CNOT Gate
cnot게이트는 앞서 소개한 게이트들과 다르게 두 개의 큐비트를 입력받습니다. 하나는 제어비트로 cnot게이트의 동작/동작 안 함을 제어하고, 나머지 하나는 표적비트로 cnot게이트의 영향을 받는 큐비트를 말합니다. 제어비트가 1이라면 cnot게이트가 동작하여 표적비트를 반전시킵니다. 예를 들어 제어-표적비트 쌍이 (0, 1)을 갖는다면 cnot 게이트가 동작하지 않아 그대로 (0, 1)이겠지만, (1, 1)이라면 cnot 연산 결과 (1, 0)으로 바뀌게 됩니다. CNOT 게이트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연산으로, 이거랑 앞서 소개한 회전 연산 정도만 있으면 모든 연산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얘는 특이하게도 큐비트의 얽힘을 만들거나 얽힘을 푸는 데에 사용됩니다. 아, 중첩상태에 양자게이트로 연산을 가하면 각각의 고유상태(0과 1?)에 대해 연산을 가하고 이를 중첩한 것과 똑같습니다. 암튼 CNOT 게이트로 얽힘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CNOT Gate로 얽힘 만들기
일단 제어비트로 0과 1이 중첩된 큐비트 하나와, 표적비트로 0의 값을 가지는 큐비트를 생각해봅시다. 아직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습니다. 이제 이들에게 CNOT 연산을 가해봅시다. 제어비트가 0인 상태에서는 표적비트도 변함없으므로 0입니다. (0, 0). 반대로 제어비트가 1인 상태에서는 표적비트가 반전되므로 1이 됩니다. (1, 1). 즉, CNOT게이트를 통과시킨 후 제어비트를 측정해서 0이 나오면 표적비트도 그에 맞게 0이, 1이 나오면 표적 비트도 1이 나옵니다. 이렇게 두 큐비트가 CNOT 게이트를 통해 상관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CNOT Gate로 얽힘 풀기
위의 결과로, (0, 0), (1, 1)의 중첩 상태로 얽혀 있는 두 큐비트를 생각해봅시다. 이를 CNOT 게이트에 통과시키면 (0, 0), (1, 0)의 중첩 상태를 갖는 큐비트가 나옵니다. 즉, 제어비트는 0과 1의 중첩상태이고, 표적비트는 0의 고유상태를 갖습니다. 즉, CNOT 게이트를 통과하여 얽힘 전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쉽죠?
 
양자 컴퓨터는 이런 양자 게이트들을 요리조리 잘 조합해서 연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양자 컴퓨터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과 전망을 좀 살펴보고 글을 마무리짓겠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다?
답은 YES와 NO의 중첩 상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요. 양자 컴퓨터는 병렬 처리가 가능한 몇몇의 문제에 한해 고전 컴퓨터보다 특히 빠르기는 합니다.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이런 문제 해결 과정을 양자 컴퓨터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는데요,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정보로는 소인수분해(쇼어 알고리즘), 검색(그로버 알고리즘), 0과 1이라는 정의역, 공역을 가지는 함수가 상수함수인지 균형함수인지 판별(도이치-조사 알고리즘) 등이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큰 합성수를 두 소수의 곱으로 소인수분해하기 어렵다는 개념에 기초한 RSA 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양자 컴퓨터가 제어할 수 있는 큐비트가 훨씬 늘어나면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소인수분해가 다항시간 안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양자내성암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자 암호는 해킹이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할 수 있으나, 구현 단계에서 다양한 취약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BB84 프로토콜을 보자면, 단일 광자 광원의 구현이 어려워 펄스당 평균 광자가 0.1개 정도 포함되는 감쇄된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합니다. 이때 통신회선 중간에 반투명 거울인지 빔 분할기인지를 설치해서 광자를 분리해 측정하면 도청자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도청이 가능합니다. 이걸 보완하기 위해 송출신호의 세기와 수신 신호의 세기를 비교하거나, 양자비트오류율을 계산하는 등의 시도가 있으나 아직은 완벽한 보안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정보는 cyalumej@gmail.com 으로 제보해주세요.
급하게 쓰느라 글이 좀 두서가 없는데, 면접부터 보고 와서 다시 예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아 참, 양자컴퓨터 좋아하시면 '퀀텀의 세계'라는 책을 읽어보세요.
https://qubit.donghwi.dev/ 여기에도 설명이 잘 나와있습니다.
그럼이만